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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언론보도
제 목

[Up 2002년 5월]사랑의 리퀘스트

작성자 세란안과 등록일 2006-08-04


사랑의 리퀘스트

무료 백내장 수술은 분당 서현역 부근의 세란안과,
성남시 사회복지 담당 등의 협조로 마칠 수 있었다.
불우이웃을 위한 아낌없는 지원,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막 봄을 알리는 벚꽃이 꽃망울을 터트리기 시작할 무렵. 군대간 자식의 고마운 편지라도 받아 쥔 어머니처럼 는 작은 설렘에 사로 잡혔다. 사랑의 리퀘스트라는 기사를 진행하면서 몇 번의 구애작전(?)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소득도 없이 몇 달이 지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한 통의 전화는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이 결코 헛된 일이 아니었음을 반증해 주었다. 가뭄 끝의 단비처럼.

“일부러 알려 생색내려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저희가 가지고 있는 의술을 가난한 독거노인이나 불우이웃을 위해 쓰고 싶어서입니다. 조용히 협조를 받아 성실히 치료해 드리고 싶습니다.”

몇 차례 성과는 있었다. 처음 <사랑의 리퀘스트>라는 코너로 기사가 나갔을 때 어린 고사리 손으로 모아온 저금 통장을 모아 선뜻 “성만이 치료비를 위해 써달라”고 맡긴 어린 유치원생들도 있었다. 그 때가 유난히 더웠던 지난해 8월이었다. 소아암을 앓고 있어 심한 구토와 설사, 머리와 눈썹이 몽땅 빠져 버린 성만이. 하지만 지금 성만이는 없다. 또래 아이들의 정성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 해 가을 하늘나라로 떠나 버린 것이다. 안타까운 순간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이와 같은 슬픔은 없을 것이라 되뇌며, 다시금 어두운 그늘에 신음하고 있는 우리의 이웃을 찾아 헤매길 몇 개월. 이제는 희망이라는 소식을 들고 우리 곁으로 성큼 다가선 것이다.

이번 작업은 비밀리에 진행됐다. 007 작전을 수행이라도 하듯 3박자가 고루 맞게 울려 주었다. 사랑을 전하는 당사자와 치료를 받는 수혜자 모두가 조심스러웠기 때문이다. 맨 먼저 찾은 곳은 병원이었다. 다행히 연락을 해준 곳은 분당에서도 정평이 나있는 서현역 부근의 세란안과(원장 이창연?안과 전문의)였다. 이미 노인성 질환인 백내장 치료를 전액 무료로 수술해 주겠다는 약속을 받아 논 상태였다. 다음은 대상자 선정 작업이었다. 다른 치료와 달리 백내장의 경우 초기 수술은 거의 불가능한 상태다. 이미 진행이 많이 되었거나, 다른 합병증이 없는 환자에게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동사무소의 협조를 구했다. 다행히 3월호 ‘사랑의 리퀘스트’에 협조를 해준 정자1동(동장 송영수) 사무소와 연결할 수 있었다. 동사무소 사회복지사의 협조로 성남시내 모든 사회복지사가 실태 파악에 나섰다. 1차로 명단을 받은 것은 연락이 된 후 일주일 후인 3월 16일이었다. 모두 9명. 대부분 65세 이상의 노인 분들로 기초생활보호 대상자였다. 긴급히 명단을 가지고 병원을 찾았다. 다시 일거리가 추가됐다. 한꺼번에 진료를 받을 수 없기에 일정별로 나눠야 했기 때문이다. 또다시 동사무소, 세란안과, UP는 긴급한 연락을 하고 있었다. 구체적인 일정은 열흘이 지난 3월 26일 결정될 수 있었다.

드디어 진료 결과가 속속 들어왔다. 갑자기 한 분이 심장이 좋지 않아 수술을 할 수 없다는 연락이 있었다. 나머지 대부분은 아직 약간의 백내장은 있지만 수술 단계는 아니라 경과를 보고 결정키로 하였고, 일부는 혈압 관계로 수술이 불가능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이중에서 수술이 가능한 분을 상대로 는 밀착 취재하기로 마음먹었다.
4월 15일. 세란안과. 수술을 하기 위해 나기정 할아버지(80세)가 기다리고 있었다. 나이에 비해 상당히 건강해 보였다. 진단 결과 시력은 우안 0.4, 좌안 0.3이었고 양쪽 눈 모두에 백내장이 심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나 할아버지는 백내장이 처음 찾아왔을 때 그저 방치해 두었다고 했다. 30년 넘게 경찰관 생활을 하시고 지난 74년 정년 퇴임한 공직자였다. 6?25때는 종군해 영천 전투에 참가해 죽을 고비를 몇 번 넘기기도 했다. 오히려 지금 살아있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라고 말한다. 하지만 시련은 엉뚱한 데서 찾아왔다. 아들의 사업이 어려워지자 부모된 입장에서 보고만 있을 수 없어 보탠 것이 노후를 어렵게 만들었던 것. 하지만 후회하지는 않는단다. 그래서 지금은 생활이 어려워 제 병조차 감당할 수 없는 처지다. 뜻이 하늘에 닿으면 용기를 얻는 법. 나 할아버지에겐 세란안과의 무료 개안 수술이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청량제와도 같았다.

“고마울 따름이지요. 나 같은 늙은이를 위해 많은 분들이 애쓰고 있다는 사실은 세상이 어렵지만은 않다는 것을 느끼게 합니다. 빨리 눈이 좋아져 책도 보고, 새로운 세상을 실컷 보고 싶네요.”

긴장된 순간이다. 몇 번의 확인을 거듭한 끝에 수술시간이 정해졌다. 수술 전에 몇 가지 검사를 한 뒤 곧바로 수술실로 들어갔다. 한치의 오차도 허용치 않는다. 들어갈 때부터 위생검열이 심하다. 카메라 촬영을 위해 들어간 사진팀장도 꼼짝없이 소독에 소독을 한다.

“눈을 수술하기 때문에 미세 먼지라도 발생하면 위험합니다. 그만큼 예민하기 때문에 위생은 물론 이물질 등에도 무척 신경을 써야 합니다.”

말 한마디 없이 묵묵히 환자를 살피던 이창연 원장이 던진 말이다. 조금이라도 실수는 용납하지 않으려는 철저함이 오히려 환자를 더욱 안심시키고 있다. 이어서 미세 현미경이 환자의 눈으로 다가선다. 수술이 시작된다는 신호다. 약 30여 분간에 걸친 수술은 “대단히 양호 합니다”라는 이창연 원장의 평가만을 남긴 채 끝났다.

“이제 의업에 종사할 허락을 받으며 나의 생애를 인류 봉사에 바칠 것을 엄숙히 서약합니다. 나의 양심과 위엄으로써 의술을 베풀겠습니다. 나는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겠습니다.”를 외친 어느 의사의 선서처럼 오늘 한 달간에 걸쳐 진행된 작은 사랑의 실천은 세상의 밝은 빛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다시 한번 세란안과 이창연 원장을 비롯한 병원 관계자 여러분, 불우이웃의 첨병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성남시 사회복지 담당 여러분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